사제는 모든 이를 위한 자리

오푸스데이의 제3대 단장인 하비에르 에체바리아 주교는 자신의 주교 문장이 라틴어로 ‘데오 옴니스 글 로리아(Deo Omnis Gloria·하느님께 모든 영광을)’라며 “우리 인생에 있는 모든 것, 좋은 것과 좋지 않은 모든 것은 하느님을 사랑할 때 의미를 가진다. 개인이 아닌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오푸스데이(Opus Dei)는 미국 소설가 댄 브

라운의 베스트셀러 '다빈치 코드'와 톰 행크스

주연의 동명 영화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가

톨릭 단체다. '다빈치 코드'에서 오푸스데이는

예수와 마리아 막달레나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살인까지 저지르고 육체적 고행을 즐기는 가톨

릭 근본주의 성향의 비밀결사체로 그려졌다.

그러나 오푸스데이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가 1982년 교황청 유일의 교구 형태 성직자치단

으로 인정한 단체로서 그 창설자인 스페인 신부

호세마리아 에스크리바(1902∼1975)는 2002년

성인으로 시성됐다. 이 단체의 정식 명칭은 '성

십자가와 오푸스데이 성직자치단'. 오푸스데이

는 라틴어로 '하느님의 사업'이라는 뜻이다.

'다빈치 코드'가 초래한 악명(惡名) 때문에 이

단체의 인지도는 높아졌지만 여전히 일반에겐

베일에 가려져 있다. 오푸스데이는 보수적 신앙

관과 함께 '교황의 비밀금고'로 불릴 정도로 역

대 교황과 가깝고 자금력이 풍부하다는 것이 교

계의 평가다. 한국에서도 사제 2명과 단원 50여

명이 대전과 서울대교구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영화 '호세마리아 신부의 길' 국

내 개봉을 계기로 오푸스데이 제3대 단장인 하

비에르 에체바리아 주교(81)를 최근 e메일을 통

해 인터뷰했다.

영화 '미션'의 롤랑 조페 감독이 연출한 '호세

마리아 신부의 길'은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오푸스데이 창립자 호세마리아 성인의 삶을 그

렸다. 같은 스페인 출신인 에체바리아 주교는

1955년 로마에서 사제품을 받은 뒤 1994년 오

푸스데이 단장에 임명됐다. 그는 교황청 시성성

과 대심원, 성직자성 임원으로 세계 가톨릭을

움직이는 인물 중 한 사람이다.

―영화에서는 호세마리아 성인의 삶이 감동

적으로 펼쳐진다. 오푸스데이는 영화 제작 과정

에서 어떤 도움을 줬나.

“감독이 로마에 왔을 때 역사적인 배경을 올바

로 이해할 수 있도록 역사자료들을 제공했다.

개인적으로 훌륭하게 이 작품을 만든 조페 감독

에게 감사한다."

―영화는 주인공 로버트의 아버지인 마놀로

와 호세마리아 성인의 삶을 대비시키며 인간의

욕망과 참회, 용서의 길에 대해 말한다. 이 작품

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나.

“이 사회를 위해 헌신적으로 살아가는 신부들

이 떠올랐다. 제가 개인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

던 호세마리아 성인의 가르침도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그분은 항상 '모든 이에게 두 팔을 벌려

마음을 열기 위해서는 십자가의 고통이 필요하

다'고 강조했다. 그 누군가가 (이념적으로) 오른

편에 있건, 왼편에 있건 관계없이 말이다. 프란

치스코 교황이 말하는 '열려 있는 마음'이 바로

이런 자세다." 에체바리아 주교는 1952년부터

1975년 호세마리아 성인이 선종할 때까지 함께

생활했다.

―일각에서는 이 영화를 '다빈치 코드' 때문

에 이미지가 실추된 오푸스데이의 '반격'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오푸스데이 회원들이 제작비

일부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번 영화를 통해 많은 분이 오푸스데이에 대

해 더 잘 알게 된 것 같기는 하다. 조페 감독과

제작사에서는 이 영화가 특별한 반격은 아니라

고 한다."

―소설과 영화 '다빈치 코드'에서 가장 크게

왜곡된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특히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이 심하게 왜곡됐

고, 오푸스데이에 대한 묘사는 너무나 터무니없

어 코믹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현실을 홍보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렇다면 오푸스데이는 어떤 조직인가. 무

엇을 추구하나.

“교회법상으로 오푸스데이는 가톨릭교회가 사

목적인 목적으로 만든 성직자치단이다. 그 취지

는 교회 안에서 모든 신자가 남녀노소를 막론하

고 성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 또

오푸스데이의 유일한 목적은 영적인 것이다. 많

은 분이 하느님을 찾고 사랑하고 서로 봉사하며

사랑을 나누게 하는 것이다."

―오푸스데이의 현황은 어떤가.

“현재 약 9만 명의 단원이 있고, 2000명 정도

의 사제가 있다. 평신도 단원들은 대부분 기혼

회원들이고 각자의 사회적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가톨릭 일각에서는 오푸스데이가 매우 보

수적이라고 한다. 이 단체가 추구하는 신앙과

영성은 무엇인가.

“호세마리아 성인은 오푸스데이 자체를 하나

의 큰 '교리문답'이라고 설명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평범한 일상생활, 즉 우리의 가정, 직업,

여가 안에서 부르셨다. 그러니 일상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생활이 우리들의 응답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푸스데이는 이런 삶을 살고자 하는

분들에게 영적인 도움을 드린다."

―요한 바오로 2세와 베네딕토 16세 등 역대

교황과 오푸스데이는 깊은 유대를 맺어왔다. 그

래서 서방 언론에서는 오푸스데이를 교황의 비

밀결사, 재정적 후원자로 부르기도 한다.

“두 교황을 비롯해 많은 교황이 우리를 많이

도와줬다. 우리들이 지닌 희망의 하나는 모든

교황들에게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되는 활동을 하

는 것이다. 또 오푸스데이가 발전해도 보편 교

회와 개별 교회를 위한 것이 아니라면 아무 의

미가 없다. 한국의 오푸스데이도 각 교구의 발

전을 위한 단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 선

출 뒤 전 세계의 신자들과 비신자들의 기쁨과

고통을 모두 짊어져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저

도 베드로의 후계자(교황)를 위한 기도를 드렸

고, 많은 분이 교황을 지지하도록 부탁을 드리

고 있다."

―오푸스데이는 사회 속에서 어떻게 활동하

고 있나.

“전 세계에서 교육과 사회복지 사업을 진행하

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은 평신도인 각 회원들

의 자율과 책임 아래 운영된다. 오푸스데이는

영적인 도움만 주고 사제들은 직접 개입하지 않

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의 목적은 각 신자가 개

인 활동을 하며 그리스도와 이웃을 섬기도록 하

는 것이다. 이러한 정신은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발표하신 '복음의 기쁨' 권고에 잘 묘사된 정신

이다." 오푸스데이 단원들은 대학 12개를 포함

해 각각 200여 개의 중고교와 초등학교를 운영

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이 단체의 자산은 약

30억 달러(약 3조1590억 원)로 추산된다.

영화 '호세마리아 신부의 길'의 또 다른 테마

는 내전이라는 사회적 상황과 종교인의 역할이

다. 최근 국내에선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소속 신부들이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해 사회적

으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해 에체

바리아 주교는 “개인적으로 한국 사회에 대해

모르니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전제하

면서도 비교적 상세한 답변을 했다.

―사제들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나.

“원칙적으로 사제들은 윤리적 문제, 특히 사회

적으로 인권 문제가 있을 때 각 교구 주교와 일

치해 발언해야 한다. 사제들은 항상 평신도들에

게 신앙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사제들이 문

제를 제기하는 것은 옳은 일이지만,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하나가 될 수 없으니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 사제들은 모든 이들을 위한 사

제가 되어야 하니 개인 의견을 함부로 드러내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에게서 멀어지는 것은 올

바른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또 다른 추기경의 탄생과 순교

자들의 시복시성,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

이 관심거리다. 어떤 긍정적 움직임이 있나.

“교황께서 한국을 기꺼이 방문할 것으로 믿고

있다. 그리고 한국 교회와 사회도 교황을 많은

사랑으로 맞이할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솔직히

구체적인 방한 스케줄이나 다른 결정에 대한 소

식은 아직까지 없다. 한국의 순교자들은 고난

속에 그리스도를 전하신 분들이니 시복시성이

잘 진행될 것이다."

―현대 사회의 특징 중 하나는 종교의 위기다.

사람들은 점점 신을 믿지 않고 자신에게만 몰두

하고 있다. 그럼에도 행복한 사람들은 줄고 있다.

행복과 마음의 평화는 어떻게 이뤄질 수 있나.

“행복은 편한 삶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예수님은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이들을 초대했

다. 하느님과 함께하는 삶을 산다면 우리가 다

른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길 것

이고, 이웃을 발견할 수 있다."

―혹 사제가 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을 했겠나.

“모르겠다. 아마도 한 가정의 아버지로 사업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중요한 것은 하느님께서 제

삶에 들어와 생각지도 못했던 모험과 사랑의 길

로 인도했다는 것이다. 어려움도 있었지만 항상

기쁘게 살 수 있는 은혜를 주셨다."

인터뷰=김갑식 문화부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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